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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큐슈 2017년 12월, 그냥 떠난 여행 3편

취미

by 천승원 2019. 6. 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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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히히힛

 

숙소에서 한숨 자고 나오니 날이 어두워졌다.

역시 혼행의 매력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숨 때리고 편의점 커피 한 잔 하면서 텐진으로 갔다. 자고 나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에 카페인까지 들어가니 길거리만 걸어도 광대가 춤을 췄다. 네온사인 불빛과 비지엠도 한몫했다

 

비지엠 글렌체크와 고릴라즈

 

딩가딩가 핵 신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며 엄마 품에 안겨있는 애기를 보고 방긋 웃어줬다. 시선을 느낀 아기 엄마는 곧 날 경계를 했다. 죄송했다.

 

 

첫날밤 계획이라고는 저녁에 생맥에 꼬치구이 먹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그냥 돌아다니기로 했다.

 

#6 꼬치구이와 생맥이 가장 맛있는 시간, "밤 10시"를 위한 시간 때우기

 

텐진은 뭔가 되게 서울 같았다. 퇴근하는 직장인 니혼징분들을 구경하다가 직장인이 많은 식당에 들어갔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가득했다.

 

 

스키야키 다이스키 750엔 정식

읽지 못하지만 대충 보니 간장베이스 음식인것 같아서 시켰다. 간장베이스 음식은 실패할 수 가없다.

그중 최고는 간장과 고기의 만남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식 스타일이다.

 

내 앞에 앉은 직혼징분은 시원하게 생맥 벌컥벌컥 하셨으나 난 술찌이기 때문에 참았다. 아직 오후 7시였다.

 

 

엄마 심부름

밥 먹고 동생 심부름과 한국에도 넘치게 있는 유니클로와 무지를 구경했다.

 

동전파스와 네모 파스를 사러 갔는데, 돈키호테에서 사 오라는 걸 못 알아먹고 그냥 눈앞에 있는 쇼핑몰에서 샀다.

얼마나 더 비싸게 산지는 모르겠다.

 

시간 때우는 중1

 

 

시간 때우는 중2 / 아는 만화책이 보일 때마다 만지작거렸다. 성인만화 구역에서 옆에 아저씨가 뭘 보나 힐끔거렸다.

 

눈치 준 게 아니고 나도 궁금해서..

 

훜우옥카 지하철은 역마다 엠블럼이 있다. 부러워

 

지하철에서 엠블럼이 인상 깊어서 찰칵찰칵 거리니까(카메라 어플 없음) 퇴근하는 직혼징분들이 쳐다봤다.

웃는 분들도 있었다. 얼마나 촌놈 같았을까.

 

기웃기웃 거리다 보니 금세 밤 10시가 되었다. 숙소 앞에 엄청난 장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꼬치구이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인의 기운 폴폴

 

 

#7 "Лови день, довіряючи якомога менше майбутньому."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라 하고, 즐기는 이유는 낯선 곳에서 온전히 내 시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여행을 가면 한국인 많은 곳을 피해 다닌다. (하나투어 공채 면접 떨어진 이유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은 최고였다. 현지인 두 그룹만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연등스러운 등불에서 나오는 불빛이

"여긴 졸라 일본이야 알겠어? 일본 꼬치구이집이라고!! 그니까 조용히 앉아서 맥주 한두 잔 하며 앉아있다가 꺼져"라고 내게 속삭이는 듯했다.

 

"알겠냐? 이방인 놈아"

 

왼쪽 맨 구석탱이 마스터와 마주하는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일본인 친구에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맨 왼쪽 자리는 원래 단골이 앉는 자리라 한다.

이 날은 다행히 손님이 거의 없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생맥 한 잔을 주문했다. 한 입에 바로 절반을 꿀꺽꿀꺽하고 감동에 광대 댄스가 시작되었다. 외국인 손님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나의 등장에서부터 조금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굴로 행복함을 표현하는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일본어를 1도 못한다. 내가 아는 일본어는 카이죠쿠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메뉴 주문을 시작하니 마스터부터 직원들까지 모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디 아프리카 오지탐험 이야기가 아니라 후쿠오카 도진마치역 근방이다.)

 

주방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케병들. 단골들 이름?? 같은 게 적혀있다.

나도 벽면을 장식하는 일원이 되고 싶었지만, 술찌 알쓰라 시도할 엄두를 못 냈다.

 

 

메뉴판은 일본어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무난하게 피그피그 포크포크 거렸다.

일단 연세가 지긋하신 마스터는 웃기만 하셨고, 막내아들뻘의 남성분이 내 옆까지 와서 귀 기울여주었다.

 

갑자기 시작된 영어듣기평가 in 야끼도리집.

피그! 포크! 포오얼크? 퍼크???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돼지 꼬치였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내가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일본인데 영어를 당당히 쓰다니!

 

그래서 이번에는 만국 공통어인 의성어를 쓰기 시작했다.

 

꿀꿀? 커 억 커 억? (나이가 지긋하신 마스터가 웃기 시작했다.)

 

코를 뒤집기 직전에 아들뻘 종업원은 돼지임을 알아차렸고, 주문에 성공했다.

그 이후로도 일본어로 뭐라 뭐라 물어봤는데 하잇 하잇거렸다.

 

 

그랬더니 진짜 하나만 왔다.

 

그냥 이때부터는 이것저것 잔뜩 손으로 가리켜서 주문했다. 토마토돼지꼬치, 닭꼬치, 야채꼬치,

옆 테이블 저거저거 쿠다사이, 토푸토푸 쿠다사이.

 

맥주 두잔과 꼬치 박물관 마냥 주문하였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여행일를 끄적였다.

 

두부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이후에도 마스터는 내가 보일 듯 말듯한 위치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뭔가를 또 시킨다면 어떻게 해서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가 얼굴에 드러났다. 기분 좋아지는 장소였다.

 

 

 

 

 

 

 

 

첫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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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구글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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