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일본 큐슈 2017년 12월, 그냥 떠난 여행 2편

취미

by 천승원 2019. 6. 3. 17:56

본문

#3 프로 길바닥러의 시련

 

프로 길바닥러의 시선

11시 개업이라 30분 동안 밖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길바닥에 앉거나 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어디서든 털썩 주저앉는다.

아마 21살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외국사람들을 보고 배운 거 같다. 그들 특유의 남 시선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모습이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나의 반사회적 행동을 보고 유럽뽕 맞았다며 혀를 찬다.

 

식당 셔터를 올리는 일본분들을 구경하니 금세 11시가 되었다. 흥겹게 라멘집 앞으로 갔다.

 

하지만!!

문이 아직도 안 열린 거다. 아니 니혼징분들 ㅡㅡ 시간 칼같며
투덜거리며 문 앞에 붙여진 타이틀들을 구경했다.

애초에 일본어로 쓰여있는 건 읽을 마음도 능력도 없어서 띄엄띄엄 보고 있었는데.
유난히 익숙한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얄미운 베스트 라멘 타이틀

월?? 세 번째 거는 안식?? ㅁㅇㅁㅇ??

빨간색 글씨에 응?? 뭐지 뭐지..??

 

사실 뭔 뜻인지 곧장 알 수 있었다.

휴일을 알리는 팻말 위에 라멘집이 받은 타이틀들이 얄밉게 붙여져있었다.

그림의 떡

터벅터벅 구글맵에 나온 다른 라멘집으로 향했다.

 

#4

 

인싸는 불편한 테이블

그렇게 도착한 프랜차이즈 라멘집 이치란.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라멘집이다.
장인이 내주는 라멘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프랜차이즈라니...
워낙 유명하고 별 기대 없이 라멘을 주문했다.

 

1인 독서실 테이블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인싸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식당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너무나 안성맞춤이었다.

 

대충 시킨 라멘 대충 떠서 입에 넣었다.

 

앗!............??????? 이게 뭐ㅈ ㅣ?????

국물만 떠서 먹었다.

 

헐???

진짜 어이없어 너무 어이없었다. 뭔데 이리 맛있지? 진짜 맛있었다. 다시 정신 차리고 한입 한입 소중하게 떠먹었다. 

여기서 먹는 한국인 중에 나만큼 대충 시킨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일본인들이 너무 부러웠다.
걔들은 생각날 때마다 먹겠지 주방장 납치해 가고 싶었다.

분명 IS가 중동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활동했다면 이치란 주방장들은 전부 잡혀가서 24시간 라멘 만들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며 먹었다.

 

맛있어서 춤을 추던 나의 광대를 진정시키고

후쿠오카행 버스를 탔다. 편도 13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는 도중 일본일본한 마을들이 있어서 구경하다 잠들었다.

 

 

너무 어이없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텐진에 내리자마자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복숭아 물이 유명하다 해서 하나 사 먹었다.
주변에서 하도 존맛탱이라 노래를 부르길래 유난 떨지 말라며 어른 인척 했던

그 물이다.

 

딸깍...

 

우선 향을 맡아보았다.

 

???????!!!????

갑자기 주변에 핑크빛 바람이 불어왔다. 복숭아 향이 몸을 감싸며 복숭아꽃 사이에 둘러싸인 기분이 든다.
당장이라도 길 가던 일본인 두 명 잡고 도원결의를 해야 할 것 같은... 이 맛

 

복숭아 그 자체... 어이없어... 물 따위에 도원결의를 떠올리다니...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에 도착하였다.
2박에 6만 원인 숙소인데, 텐진에서 2정거장에 오호리 공원과 가깝고 집이 넓었다.

 

 

어이없음3 돈카츠 샌드위치

또 한번 어이없던 순간이다.

오후 3시쯤 되니 다시 배가 꺼져서 돈카츠 샌드위치를 하나 사 왔다. 그런데 이게 뭐람

돈카츠 크기가?? 아무것도 없고 돈카츠만 들어있는데 뭐지 이 맛은?

 

에에에에에에에에??? 스게에에에에에에ㅔ??? 나니이이이이이이??

 

일본인들 리액션이 왜 이렇게 유난 떠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유난 떠는 게 아니었다....

감정을 숨기는 것을 잘하는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리액션으로 생난리를 치는 이유는 너무너무
너무 맛있어서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순간을 형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이없는 존맛탱은 여행 내내 계속된다.

 

 

 

 

그럼 안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